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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복제약) 약가제도 개선안이 다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특허 만료 이후 등재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 수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약가 체계를 손질해 제네릭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제도 시행 시기와 인하 폭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2월 건정심에 상정될 예정이던 개선안은 한 차례 미뤄졌고, 3월 중 건정심 소위와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보건복지부가 업계 의견을 어디까지 반영해 기존 안을 수정하느냐다.
약가 인하안 핵심은 53.55%에서 40%대로
이번 약가제도 개선안은 특허 만료 이후 시장에 진입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 제네릭 약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3.55% 수준에서 책정되는데, 정부는 이를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네릭 난립을 줄이고 산업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는 단순한 일괄 인하 방식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투자와 품질 관리 역량을 갖춘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분하지 않은 채 약가를 동시에 낮추면, 오히려 생산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업계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는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요구 조건이나 수정안은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역시 산정률과 관련해 ‘40%대’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세부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40% 초반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제약업계 내부에서는 40% 후반 아래로 내려갈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양측의 입장 차이는 최소 5%포인트 이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숫자만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성·생산 유지·투자 여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 때문에 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 시행시기와 인하폭
업계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시행 시기다. 정부는 당초 2월 건정심 의결을 거쳐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네릭 개발에는 통상 3~5년이 걸리고,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실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논리는 단순하다. 현재 개발 중인 제네릭은 모두 기존 약가 체계를 전제로 사업성을 계산해왔는데, 제도 시행이 갑자기 앞당겨질 경우 준비 중인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대위 차원에서는 특정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소 3년 정도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 인하보다 차등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
제약업계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약가 유지라기보다, ‘일괄 인하’ 대신 ‘차등 구조’다. 연구개발 투자, 생산시설 보유, 품질관리 역량, 고용 규모 등을 감안해 투자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특히 생산설비 없이 허가권과 유통에만 집중하는 일부 사업자와, 실제로 제조·품질관리·연구개발 비용을 부담하는 회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정리하고자 하는 대상은 따로 있는데, 현재 구조대로라면 오히려 제대로 투자해온 기업들이 먼저 체력 저하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필수의약품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은 단독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계는 다른 품목에서 확보한 수익으로 필수의약품 생산을 유지해왔는데, 전체 약가가 일괄적으로 낮아지면 이 같은 내부 보완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약가 인하가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정부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년 연기설’도 나왔지만 공식화되진 않아
일부에서는 당초 올해 7월 시행 예정이던 제도를 내년 초로 미루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이를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업계 측은 시행 유예 필요성은 꾸준히 전달했지만 특정 시점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고, 복지부 역시 여러 의견을 듣고 있을 뿐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설령 시행 시점이 내년 초로 한 차례 늦춰지더라도, 업계 반발이 쉽게 가라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제도 시행 자체보다도 인하 폭과 적용 방식, 그리고 기등재 품목까지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의약·화장품 분과는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약가 인하 정책이 고용과 생산 기반에 미칠 영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요구사항을 청취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전언이다. 아직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약가 문제를 단순한 산업 이슈가 아니라 고용 문제로까지 확대해 보는 시각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서명운동과 국민청원까지 검토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카드도 고민 중이다. 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명운동과 국민청원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협상 진전이 더디거나 정부안이 업계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상황 자체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업계 안에서는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수정안을 내놓을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최종 결론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결국 3월 건정심 논의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국내 제네릭 산업 재편의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숫자보다 구조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53.55%를 40%대로 낮출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제네릭 시장을 어떤 방식으로 재편할 것인지, 투자와 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필수의약품 공급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정부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업계 역시 개편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괄 인하가 아닌 차등 구조와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입장 차이가 크다. 3월 건정심에서 어떤 방향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제약업계 전반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