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00일 앞두고 트럼프와 머스크 X로 만난 이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TRUMP) 전 대통령과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그렇다. 이 둘은 지난 8월 2일 온라인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미국 대선일(11월 5일)을 약 96일 앞두고다.

트럼프 전 대통령 불화설?

X로 만난 트럼프와 머스크

거대 재벌가인 이 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SNS에 “이제 트럼프는 모자를 벗고 일몰 속으로 사라질 때”라며 사실상 TRUMP 전 대통령을 퇴물 취급했다. 그해 있던 대선에서는 공개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왜 다시 공화당 소속 TRUMP 전 대통령의 편으로 돌아섰을까? 언론과 미국 정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를 투명취급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021년 백악관에서 전기차 관련 회담을 열었는데, 이날 초청한 회사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경영진이었다. 누가 뭐래도 전기차 분야 선두주자는 테슬라였음에도 전기차 매출이 몇십배는 뒤쳐지는 GM은 포함되고 테슬라가 빠진 것은 고의성이 다분하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바이든이 일론 머스크를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평가했다.

사진=TRUMP 전 대통령 X 게시물 캡처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SNS에 “초대받지 않은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바이든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대선이 다가왔고, 바이든은 연임에(이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가 교체됐지만), TRUMP 전 대통령은 재선에 나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TRUMP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하게 맞서며 박빙으로 흘러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나섰을 때는 TRUMP 전 대통령이 우세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면서 조금씩 역전되는 흐름도 나온다. 한 표가 아쉬운 TRUMP도 과거의 앙금을 벗어버리고 머스크와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TRUMP 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시 머스크가 국경 보안문제나 경제정책 등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X로 돌아온 트럼프

TRUMP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정치로 유명하다. 그가 재임할 당시 사용하던 트위터(현재의 엑스, X)는 그가 즐겨쓰던 플랫폼이다. 하지만 지난해인 2023년 9월 25일 머그샷을 올리며 재개를 알렸다. 앞서 TRUMP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9일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X를 활용하지 않았다. 사법리스크가 일정부분 해소되자 다시 선거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X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9월 13일 TRUMP 전 대통령은 자신의 X계정에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TRUMP 전 대통령의 X계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

대담은 진행했지만, 평가는?

앙숙이었던 두 인물이 만나 대담을 나눈 것은 흥미롭지만, TRUMP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내놓은 발언들은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CNN방송은 TRUMP 전 대통령이 이날 대담에서만 최소 20개의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허위 주장 대부분은 이전에 반복적으로 반박된 주장들이고 그 중 일부는 수년간 반박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범죄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범죄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 올해 1분기에 폭력범죄와 재산 범죄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과 폭력범죄 모두 트럼프 집권 마지막해인 2020년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10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했지만, CNN은 “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6월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최고치인 9.1%에 도달했을때조차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40~41년만의 최고 수치였다”고 반박했다. 올해 7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2%로 알려졌다.

이런 반박 속에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성명을 내고 “불명예스러운 억만장자 트럼프와 머스크가 그들에게 맞서는 노동자들이 파업과 같은 보호받는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위협하고 협박한 것에 대해 노동위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스크에게 2022년 트위터 인수 후 직원들을 정리하고 강경하게 대처한 것을 칭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과 잘 지내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서 국내와 관련해서는 “인류의 최대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nuclear warming)’”라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등의 최고 지도자와 잘 지내는 것이 득책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핵 온난화’는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이나 국제사회의 통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는 북한, 이란 등의 움직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핵억제를 하고 있는 것과 대외정책면에서 차별화되는 발언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과 좋은 관계로 지내면서 북한발 위험을 억제했고, 이란이나 중국, 러시아 등과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였다. 스스로의 업적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 셈이다.

시작도 전에 관심…디도스 공격도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의 대담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당초 미 동부시간 오후 8시에 대담을 시작하기로 예정했지만, 실제로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30분 늦은 8시 30분부터 시작했다. 머스크는 “엑스에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담을 앞두고는 유럽연합(EU)에서 머스크에게 경고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담이 EU의 디지털법(DSA)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수준의 내용이었는데, 머스크는 서한을 받은 이후 2008년 영화 트로픽 썬더에 등장하는 배우 사진과 대사 “크게 한 발짝 물러서서 엿이나 먹어라”라는 글귀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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