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쉽게 말해 “누가 회사를 이끌지”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비가 크고, 투자자나 창업주 가족의 지분이 얽혀 있어 이런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① 콜마홀딩스 / 콜마비앤에이치 — 가족 간의 경영권 다툼
콜마 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아버지와 아들, 딸 간의 가족 갈등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2018년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약 230만 주(무상증자 후 약 460만 주)를 증여했다. 이후 윤 회장과 장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경영 승계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일보)
현재 지분 구조는 윤상현 부회장이 약 31.75%, 윤여원 대표가 약 7.45%, 윤동한 회장이 약 5.59%로 알려졌다. 만약 윤 회장이 소송에서 이기면 윤 회장과 윤 대표의 합산 지분은 약 29%까지 올라가고, 윤 부회장의 지분은 약 18~19%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조선비즈)
한편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에서는 윤상현 부회장과 우호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3인 각자대표(윤상현·이승화·윤여원) 체제가 꾸려졌다. 이로써 윤상현 부회장 측이 사실상 그룹 내 경영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남은 변수는 윤동한 회장의 주식 반환 소송 결과이며, 이는 콜마홀딩스의 최종 지배 구조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
② 헬릭스미스 — 소액주주와 경영진의 표 대결
헬릭스미스는 1996년 창립된 바이오기업으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9년 임상 실패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이 약 7.8%로 낮고, 소액주주 지분이 80% 이상으로 분산돼 있어 주주총회 때마다 표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데일리)
2025년 7월에는 소액주주 연합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됐다. 이들은 회사의 신주 발행을 반대하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은 반대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려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뉴스워커)
현재 헬릭스미스는 경영진과 주주연합이 각각 이사 선임과 신주발행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법원 판결과 주총 결과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누가 더 많은 소액주주를 설득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메디파나)
③ 동성제약 — 부도 위기 속 새 주주와의 충돌
동성제약은 2024년 이후 유동성 위기로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새로운 투자자 그룹이 등장했고, 이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이 발생했다. 새 최대주주로 올라선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현 경영진이 회사 회생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사 해임 및 신규 선임을 요구했다. 이에 기존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 시도”라며 반발했다. (조선비즈)
2025년 8월 임시주총에서는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됐지만 새로운 사내이사 2명이 선임되면서 이사회는 4대 3 구조로 재편됐다. 이는 새 주주 측이 일정 부분 영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회사는 법원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누가 경영권을 유지하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
저조한 지분율 탓에 발생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영권 분쟁은 대부분 지분율이 낮거나 분산된 구조에서 비롯됐다. 신약개발, 임상실패, 자금조달, 오너가(家) 갈등 같은 사건이 겹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진다. 콜마 그룹은 가족 간 경영권 승계 문제, 헬릭스미스는 주주 간 대립, 동성제약은 외부 투자자와 기존 경영진의 충돌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핵심은 “누가 회사를 이끌 권한을 갖느냐”에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술력 못지않게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경영권이 흔들리면 연구개발 투자, 자금 유치, 파트너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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